잠실 김세빈 공인중개사무소
부동산하루
“월세 안 내는데 전기 끊어도 될까”…이럴 땐 유죄, 저럴 땐 무죄인 이유
2026.09.30 잠실 김세빈 공인중개사무소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이미지.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월세를 내지 않는 세입자에게 건물주가 전기와 수도를 끊었다면 처벌받을까. 한 건물주가 월세를 연체한 세입자 A씨와 B씨 모두에게 단전·단수 조치를 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A씨에 대한 조치는 무죄, B씨에 대한 조치는 유죄로 판단됐다. 계약기간과 남은 보증금 등 두 세입자의 상황이 달랐기 때문이다.

29일 부동산 투자·컨설팅 전문기업 밸류업이노베이션에 따르면 대법원은 2007년 9월 20일 선고한 2006도9157 판결에서 임대인의 단전·단수 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했다.

사건은 한 호텔에서 벌어졌다. 건물주는 호텔 안에 있는 여러 주점을 임대하고 있었다. 임대차계약서에는 세입자가 월세를 연체할 경우 건물주가 전기와 수도를 끊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다.

문제가 된 세입자는 A씨와 B씨였다. 두 사람 모두 월세를 연체했고, 건물주는 계약서에 적힌 조항을 근거로 A씨와 B씨의 영업장에 각각 전기와 수도를 끊었다. 같은 건물주가 같은 계약서 조항을 적용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먼저 A씨는 임대차 계약기간이 이미 끝난 상태였다. 밀린 월세를 보증금에서 빼고 나면 건물주가 돌려줘야 할 보증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건물주는 A씨에게 여러 차례 밀린 월세를 내라고 독촉했다. 단전·단수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사실도 미리 알렸다. 이후 한 차례 A씨 영업장의 전기와 수도를 끊었다.

대법원은 A씨에 대한 단전·단수를 형법상 정당행위로 인정했다. 계약기간이 끝났고 보증금도 모두 소진된 데다 사전 경고를 거쳐 한 차례 조치한 점 등을 종합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B씨는 상황이 달랐다. 임대차 계약기간이 7~9개월 이상 남아 있었고, 건물주가 돌려줘야 할 보증금도 7000만원 넘게 남아 있었다.

건물주는 B씨에게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뜻과 단전·단수 가능성을 알린 뒤 두 차례에 걸쳐 전기와 수도를 끊었다.

대법원은 B씨에 대한 단전·단수에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계약기간과 보증금이 상당 부분 남아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해 건물주의 조치를 정당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배준형 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
배준형 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


A씨와 B씨의 유·무죄를 가른 핵심은 단전·단수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이었다. A씨는 계약기간이 끝나고 보증금도 모두 소진된 상태였다. B씨는 계약기간과 7000만원이 넘는 보증금이 남아 있었다. 단전·단수 횟수도 A씨는 한 차례, B씨는 두 차례였다.

배준형 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는 “결국 핵심은 건물주가 얼마나 화가 났느냐, 월세가 몇 달 밀렸느냐가 아니다”며 “계약 기간이 끝났고 보증금까지 다 소진된 상태에서 세입자가 버티고 있었는지가 갈림길이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정당행위 여부를 판단할 때 행위의 동기와 목적, 수단과 방법의 적절성, 보호하려는 이익과 침해되는 이익 사이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단전·단수까지 해야 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었는지,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었는지도 판단 기준이다.

계약서에 단전·단수 조항이 있더라도 실제 단전·단수가 정당행위로 인정되는지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A씨와 B씨 모두 같은 계약서 조항의 적용을 받았지만 법원의 판단은 정반대로 갈렸다.

배 대표는 “계약서에 한 줄 넣어둔다고 그게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며 “업무방해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받을 수 있는 범죄”라고 말했다.

도어락을 임의로 바꾸거나 세입자의 짐을 밖으로 빼내고 출입을 막는 행동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세입자가 건물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물주가 직접 건물을 되찾으려 하면 업무방해뿐 아니라 주거침입이나 재물손괴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위법한 단전·단수로 세입자가 영업하지 못했다면 해당 기간 발생한 손해와 월세 등을 놓고 추가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연체 세입자를 내보내려면 정식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자료에 따르면 계약 해지가 가능한 연체 수준은 상가의 경우 3개월분, 주택은 2개월분이다. 이후 내용증명 등을 통해 계약 해지 의사를 명확히 알리고 건물인도(명도)소송과 밀린 월세 청구 등을 진행할 수 있다.

소송 중 세입자가 다른 사람에게 점유를 넘기는 상황에 대비해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신청할 수도 있다. 판결을 받은 뒤에는 법원의 강제집행을 통해 건물을 돌려받을 수 있다.

배 대표는 “법은 누가 더 억울한가가 아니라 누가 절차를 지켰는가를 본다”며 “단전 스위치를 내리는 순간 채권자였던 건물주가 책임을 져야 하는 쪽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