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과표 현실화에 與野 공감대
정부는 세수·조세형평성 고려 신중
공제액 거주자 늘리고 비거주 유지
종부세 후퇴…추가 완화는 없을 듯


현행법상 가상화폐 양도·대여 소득 과세는 내년 1월 시행된다. 연간 소득에서 기본공제 250만 원을 뺀 금액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을 적용한다. 다만 정부가 판단을 유보하고 국회에서도 유예·폐지 논의가 이어지면서 시행 일정이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전기차 생산세액공제 대상 확대도 쟁점이다. 정부는 올해 세제개편안에서 반도체·2차전지 등 6개 분야를 대상으로 국내 생산과 연계한 세액공제를 도입하면서 전기차 완성차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설비투자 중심의 기존 지원만으로는 국내 생산 확대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자동차 업계의 요구가 이어졌지만, 재경부는 수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전기차에 일괄 혜택을 주기 어렵다는 논리로 지원 확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부총리가 최근 업계 의견을 듣겠다고 밝히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지원 범위가 확대될 여지가 생겼다. 이 부총리는 다음 달 4일 현대차 등 업계를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득세 과세표준 조정은 코인 과세나 전기차 공제와 달리 여야가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사안이다. 물가와 명목임금이 올라도 과세표준 구간이 그대로면 실질소득이 늘지 않은 납세자도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거나 세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현재 소득세율 24%와 35%를 가르는 과세표준 8800만 원 기준은 2008년 이후 바뀌지 않아 물가와 임금 수준이 달라졌는데도 과표 기준은 장기간 고정돼 있어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반복됐다. 물가 상승에 맞춰 과표 구간을 자동 조정하는 물가연동제 도입론도 이와 맞물려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장기간 동결된 과세·공제 기준의 현실화와 물가연동제의 단계적 도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각종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를 통해 물가 상승에 대응하고 있고 면세자 비율도 높은 만큼 과표 조정은 공제 체계 정비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중장기 과제라는 것이다. 과표를 일괄적으로 올리면 세 부담이 줄어드는 납세자가 생기는 반면 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재정 여건도 함께 따져야 한다.
이 밖에 현행 5억 원인 배우자 상속공제 확대,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공제 기준 등이 국회에서 논의될 쟁점으로 꼽힌다. 정부는 당초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낮추려 했지만 반발이 이어지자 현행 12억 원을 유지하는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거주 여부에 따라 세 부담을 달리하려던 정부안이 이미 한 차례 후퇴한 셈이다. 다만 부동산 세법이 추가 완화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종부세 및 양도세의 비거주 규제는 현재 정부의 부동산 철학과 이어지기 때문에 흔들릴 여지가 적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조세정책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흔들리면서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상황 논리나 정무적 판단이 우선되면서 예정된 과세를 철회하거나 유예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사전 검토 없이 세법이 추진되다 보니 불안정성이 커지고 예측 가능성도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성훈 한림대 경영학과 교수도 “정부가 야당 시절 주장했던 것과 지금 추진하는 정책이 너무 다르다”며 “금융투자소득 전반에 대한 과세를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한 원칙과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