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공인중개사의 잘못으로 전세보증금 등 재산상 피해를 입더라도 손해액을 모두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공인중개사가 가입한 공제나 보증보험의 보장금액이 계약 한 건마다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발생한 사고 전체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계약 전 공제증서에 적힌 보장금액과 기간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부동산 투자·컨설팅 전문기업 밸류업이노베이션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법은 중개사고로 발생한 피해를 배상할 수 있도록 개업공인중개사에게 보증보험이나 공제 가입 또는 공탁을 의무화하고 있다.
공인중개사법 시행령상 최소 보장금액은 개인 중개사 2억원, 법인 중개사 4억원이다. 법인이 분사무소를 운영하면 분사무소마다 2억원을 추가로 보장해야 한다.
문제는 공제증서에 적힌 금액이 계약 한 건당 보상 한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통상 1년인 공제기간 전체에 적용되는 한도여서 앞선 사고로 공제금이 지급됐다면 그만큼 남은 보장금액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개인 공인중개사가 2억원짜리 공제에 가입한 뒤 앞선 사고로 1억5000만원을 배상했다고 가정해 보자. 같은 공제기간에 다른 사고가 발생하면 남은 보장 한도는 5000만원이다. 새로운 피해자의 손해액이 2억원이더라도 공제금만으로는 전액을 보상받기 어렵다는 뜻이다.
피해액이 공제 한도를 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중개사고로 5억원의 손해가 발생하고 피해자에게 20%의 과실이 인정돼 공인중개사의 배상책임이 4억원으로 정해졌다고 가정하면, 보장 한도가 2억원인 경우 나머지 2억원은 중개사를 상대로 별도로 청구해야 한다.

공제금을 받기 위한 절차도 간단하지 않다.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제26조에 따르면 피해자가 공제금이나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손해배상합의서, 화해조서, 확정판결문 등 배상책임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중개사가 과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소송을 거쳐야 할 수도 있다.
배준형 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는 “공인중개사가 공제에 가입했다는 말만 믿고 도장을 찍었다가, 사고가 나서야 금액이 모자란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계약 때 공제 가입 여부뿐 아니라 실제 보장금액과 기간까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5항은 중개가 완료되면 거래당사자에게 보증기관과 보장금액, 보장기간을 설명하고 관련 증서 사본을 교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계약일이 보장기간에 포함되는지, 기존 사고로 보장 한도가 줄어들지는 않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거래금액이 큰 경우 중개사에게 보장금액을 높여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배 대표는 “공제는 사고가 난 뒤의 마지막 안전망이지 사고를 막아 주는 장치가 아니다”라며 “등기부와 건축물대장 확인, 특약 정리, 중개사의 이력 점검까지 계약 전에 해 두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