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 옆이라 싫었는데"…들썩이는 '이 동네' 어디길래
2026.09.27
잠실 김세빈 공인중개사무소
집집폭폭땅 밑으로 내려가는 순간 집값 '반전'…제2의 연트럴파크 어디?
철길 대신 들어선 경의선숲길
소음·생활권 단절 사라져
공원 가까울수록 집값 더 올라
서울시, 6개 노선 39개역 대상 추진
영등포·신도림·구로 지하화 '주목'
신이문·석계·월계도 효과 클 듯
사업 확정 전 기대 과열 주의해야
경의선 숲길 모습. /사진=한경DB
불과 15년 전까지 서울 마포구 연남동을 남북으로 가르며 경의선이 지나던 철길은 현재 서울의 대표적인 산책로이자 중심 상권으로 자리매김했다. 경의선과 공항철도가 지하화한 이후 기존에 철도가 지나던 지상에 6.3㎞ 길이의 경의선숲길이 만들어지면서다. 철도 소음과 지역 단절을 일으키던 공간에 나무가 심어지고 사람들이 모이자 홍대 상권은 연남동까지 확장됐다. '연트럴파크'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서울 곳곳에 '제2의 연트럴파크'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2024년 10월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추진계획'을 내놓고 서울을 지나는 지상철도 67.6㎞를 지하화하겠다고 밝혔다. 6개 노선, 39개 역이 대상이다. 선로부지 122만㎡에는 대규모 녹지 축을 만들고 역사 부지 171만5000㎡는 업무·상업·문화시설 등으로 복합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서울시가 2024년 10월 발표한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계획'으로 밝힌 지상철도 지하화 대상 구간. /사진=서울시
대상은 서울 전역에 걸쳐 있다. 경부선은 서울역~석수역, 경인선은 구로역~오류동역, 경의선은 가좌역~서울역 구간이다. 경원선은 효창공원앞역에서 서빙고역을 거쳐 도봉산역까지 이어지고 중앙선 청량리역~양원역, 경춘선 망우역~신내역도 포함됐다. 서울시는 발표 당시 지하화 사업의 총사업비를 25조6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지역 주민과 부동산 업계가 모두 서울의 철도 지하화 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인근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2016년 국제학술지 '해비타트 인터내셔널'에 실린 '경의선숲길 프로젝트가 서울의 주거 부동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정은하 등)에 따르면 경의선숲길 공원 조성 사업은 인근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가치에 모두 긍정적 외부효과를 줬다. 공원이 조성되기 시작한 2006년부터 분석 대상 기간인 2015년까지 집값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은 특히 경의선숲길 공원 진출입로부터 500m 이내에 있는 아파트는 공원으로 100m 가까워질 때마다 가격이 평균 4.26%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경의선숲길 구간별 조성시기. 연구보고서 'Mapping the Distribution Pattern of Gentrification near Urban Parks in the Case of Gyeongui Line Forest Park, Seoul, Korea' 발췌.
2017년 국제학술지 '서스테이너빌리티'에 실린 '서울 경의선숲길을 사례로 본 도시공원 주변 젠트리피케이션의 공간적 분포 패턴 분석'(권윤구 등)은 2011~2015년 경의선숲길 주변 집값을 분석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공원 1단계 구간(대흥역~공덕역) 조성이 이뤄진 2011~2012년 공원으로부터 100m 이내 주택의 집값은 평균 1.79% 오른 반면 100~300m 구간은 0.72% 올랐고, 300~500m(-1.51%) 구간과 500~700m(-5.62%), 700~1000m(-6.5%) 구간은 오히려 하락했다. 2단계 구간(새창고개·연남동·염리동) 조성이 완료된 2013~2014년엔 공원 100m 이내 주택 가격이 8.04% 상승하는 동안 100~300m(6.78%), 300~500m(6.01%), 500~700m(5.09%), 700~1000m(3.57%) 오르며 공원과 가까울수록 집값이 더 많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의선 지하화와 공원 조성 사업으로 인근 상권이 확장하고 집값도 상승하면서 향후 서울에서 이뤄질 추가적인 지하화 사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하화 사업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지역으로는 우선 영등포역~신도림역~구로역 일대가 꼽힌다. 이곳은 수도권 지하철 1호선뿐만 아니라 경부선, KTX, 새마을호 등이 모두 지나 열차 통행이 빈번해 지하화가 이뤄질 경우 소음·진동 감소와 생활권 단절 효과가 클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노량진~구로 구간의 열차 통과 횟수는 2024년 평일 기준 530회로, 수도권 주요 지상철도 운행 구간인 청량리~망우(156회), 청량리~광운대(172회)의 3배에 달한다.
지난달 12일 촬영한 경의선숲길 모습. /사진=연합뉴스
2024년 학술지 '국토계획'에 게재된 '지상철도의 부정적 영향 완화를 위한 지급의사액 추정'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진이 노량진~구로, 구로~온수, 구로~가산디지털단지역 등 서울 서남부 지상철도 13.9㎞ 주변 주택의 임대료를 분석한 결과 지역 주민들은 지상철도에서 1m 멀어질 때마다 1㎡당 2원 높은 월세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 구간의 지상철도를 지하화할 경우 발생하는 총편익은 4조7000억원으로, 가구당 1700만원의 편익이 발생한다는 게 연구진의 진단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역세권보다 '철길 옆 비역세권'의 지급의사액이 훨씬 컸다는 점이다. 역세권 주민은 철도 소음이라는 단점을 감수하는 대신 교통 편의를 누리지만 역에서 떨어져 있으면서 철길만 가까운 주택은 편익 없이 소음과 진동을 감수한다. 철도가 지하로 내려가면 이 같은 '철도 할인'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영등포~신도림~구로 사이 철도 변 주택이 지하화의 직접적인 수혜 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노량진~대방~신길도 비슷하다. 넓은 철도시설이 생활권을 단절하고 있는 데다 노량진뉴타운과 신길 일대 정비사업을 통해 신축 주택이 늘고 있다. 철도까지 지하화되면 여의도·영등포 업무지구와 주거지역 사이 연결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동북권에서는 청량리~회기~신이문~석계~광운대 구간이 주목된다. 청량리와 광운대역 주변에는 이미 대규모 복합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길게 이어진 경원선 철도가 지하화하면 현재 철길 양쪽으로 나뉜 생활권이 하나로 연결된다. 특히 철도 소음과 단절의 영향을 직접 받고 있는 신이문·석계·월계 일대 주택이 주거환경 개선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창동~방학~도봉 일대 역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신설과 창동·상계 개발에 철도 지하화까지 더해지면 주거환경의 변화 폭이 클 지역으로 꼽힌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4년 10월 서울시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솔 기자
다만 서울시가 2024년 발표한 67.6㎞의 지상철도 구간이 모두 지하화될 것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은 서울시가 국토교통부에 구상을 제안한 단계로, 국토부가 정하는 철도지하화 종합계획에 반영된 사업은 아니다. 국토부는 주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 사업비 산정 추가 검토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아직 서울시의 구상을 수용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지하화 대상 구간이 넓어 한꺼번에 사업을 추진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1월 "국토부가 2024년 컨설팅으로 지적한 사업비 선정방식의 불확실성, 인접 지역 협의절차 미비, 사업 규모 산정 근거 부족 등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보다 지상철도 지하화 사업이 앞선 지역도 있다. 정부는 2025년 안산선 초지역~중앙역, 부산 경부선 부산진역~부산역, 대전조차장 등 3개 사업을 우선 추진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안산선은 초지역~고잔역~중앙역 5.12㎞ 철도를 지하화하고 상부를 개발하는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안산시는 기본계획 용역을 2028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철도는 역이 가까우면 호재지만 선로가 집 앞을 지나면 소음과 단절을 만드는 기피시설이기도 하다. 철도가 땅 밑으로 내려가는 순간 이 관계가 뒤집힌다. 철길을 마주 보던 집이 공원을 바라보는 집이 되고, 막다른 골목이 상권을 잇는 길이 될 수 있다. 연남동에서 확인된 변화가 서울의 또 다른 철길 주변에서 재현될 수 있을지가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철길 대신 들어선 경의선숲길
소음·생활권 단절 사라져
공원 가까울수록 집값 더 올라
서울시, 6개 노선 39개역 대상 추진
영등포·신도림·구로 지하화 '주목'
신이문·석계·월계도 효과 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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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5년 전까지 서울 마포구 연남동을 남북으로 가르며 경의선이 지나던 철길은 현재 서울의 대표적인 산책로이자 중심 상권으로 자리매김했다. 경의선과 공항철도가 지하화한 이후 기존에 철도가 지나던 지상에 6.3㎞ 길이의 경의선숲길이 만들어지면서다. 철도 소음과 지역 단절을 일으키던 공간에 나무가 심어지고 사람들이 모이자 홍대 상권은 연남동까지 확장됐다. '연트럴파크'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서울 곳곳에 '제2의 연트럴파크'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2024년 10월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추진계획'을 내놓고 서울을 지나는 지상철도 67.6㎞를 지하화하겠다고 밝혔다. 6개 노선, 39개 역이 대상이다. 선로부지 122만㎡에는 대규모 녹지 축을 만들고 역사 부지 171만5000㎡는 업무·상업·문화시설 등으로 복합개발한다는 구상이다.

대상은 서울 전역에 걸쳐 있다. 경부선은 서울역~석수역, 경인선은 구로역~오류동역, 경의선은 가좌역~서울역 구간이다. 경원선은 효창공원앞역에서 서빙고역을 거쳐 도봉산역까지 이어지고 중앙선 청량리역~양원역, 경춘선 망우역~신내역도 포함됐다. 서울시는 발표 당시 지하화 사업의 총사업비를 25조6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지역 주민과 부동산 업계가 모두 서울의 철도 지하화 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인근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2016년 국제학술지 '해비타트 인터내셔널'에 실린 '경의선숲길 프로젝트가 서울의 주거 부동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정은하 등)에 따르면 경의선숲길 공원 조성 사업은 인근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가치에 모두 긍정적 외부효과를 줬다. 공원이 조성되기 시작한 2006년부터 분석 대상 기간인 2015년까지 집값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은 특히 경의선숲길 공원 진출입로부터 500m 이내에 있는 아파트는 공원으로 100m 가까워질 때마다 가격이 평균 4.26%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2017년 국제학술지 '서스테이너빌리티'에 실린 '서울 경의선숲길을 사례로 본 도시공원 주변 젠트리피케이션의 공간적 분포 패턴 분석'(권윤구 등)은 2011~2015년 경의선숲길 주변 집값을 분석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공원 1단계 구간(대흥역~공덕역) 조성이 이뤄진 2011~2012년 공원으로부터 100m 이내 주택의 집값은 평균 1.79% 오른 반면 100~300m 구간은 0.72% 올랐고, 300~500m(-1.51%) 구간과 500~700m(-5.62%), 700~1000m(-6.5%) 구간은 오히려 하락했다. 2단계 구간(새창고개·연남동·염리동) 조성이 완료된 2013~2014년엔 공원 100m 이내 주택 가격이 8.04% 상승하는 동안 100~300m(6.78%), 300~500m(6.01%), 500~700m(5.09%), 700~1000m(3.57%) 오르며 공원과 가까울수록 집값이 더 많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의선 지하화와 공원 조성 사업으로 인근 상권이 확장하고 집값도 상승하면서 향후 서울에서 이뤄질 추가적인 지하화 사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하화 사업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지역으로는 우선 영등포역~신도림역~구로역 일대가 꼽힌다. 이곳은 수도권 지하철 1호선뿐만 아니라 경부선, KTX, 새마을호 등이 모두 지나 열차 통행이 빈번해 지하화가 이뤄질 경우 소음·진동 감소와 생활권 단절 효과가 클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노량진~구로 구간의 열차 통과 횟수는 2024년 평일 기준 530회로, 수도권 주요 지상철도 운행 구간인 청량리~망우(156회), 청량리~광운대(172회)의 3배에 달한다.

2024년 학술지 '국토계획'에 게재된 '지상철도의 부정적 영향 완화를 위한 지급의사액 추정'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진이 노량진~구로, 구로~온수, 구로~가산디지털단지역 등 서울 서남부 지상철도 13.9㎞ 주변 주택의 임대료를 분석한 결과 지역 주민들은 지상철도에서 1m 멀어질 때마다 1㎡당 2원 높은 월세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 구간의 지상철도를 지하화할 경우 발생하는 총편익은 4조7000억원으로, 가구당 1700만원의 편익이 발생한다는 게 연구진의 진단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역세권보다 '철길 옆 비역세권'의 지급의사액이 훨씬 컸다는 점이다. 역세권 주민은 철도 소음이라는 단점을 감수하는 대신 교통 편의를 누리지만 역에서 떨어져 있으면서 철길만 가까운 주택은 편익 없이 소음과 진동을 감수한다. 철도가 지하로 내려가면 이 같은 '철도 할인'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영등포~신도림~구로 사이 철도 변 주택이 지하화의 직접적인 수혜 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노량진~대방~신길도 비슷하다. 넓은 철도시설이 생활권을 단절하고 있는 데다 노량진뉴타운과 신길 일대 정비사업을 통해 신축 주택이 늘고 있다. 철도까지 지하화되면 여의도·영등포 업무지구와 주거지역 사이 연결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동북권에서는 청량리~회기~신이문~석계~광운대 구간이 주목된다. 청량리와 광운대역 주변에는 이미 대규모 복합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길게 이어진 경원선 철도가 지하화하면 현재 철길 양쪽으로 나뉜 생활권이 하나로 연결된다. 특히 철도 소음과 단절의 영향을 직접 받고 있는 신이문·석계·월계 일대 주택이 주거환경 개선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창동~방학~도봉 일대 역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신설과 창동·상계 개발에 철도 지하화까지 더해지면 주거환경의 변화 폭이 클 지역으로 꼽힌다.

다만 서울시가 2024년 발표한 67.6㎞의 지상철도 구간이 모두 지하화될 것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은 서울시가 국토교통부에 구상을 제안한 단계로, 국토부가 정하는 철도지하화 종합계획에 반영된 사업은 아니다. 국토부는 주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 사업비 산정 추가 검토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아직 서울시의 구상을 수용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지하화 대상 구간이 넓어 한꺼번에 사업을 추진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1월 "국토부가 2024년 컨설팅으로 지적한 사업비 선정방식의 불확실성, 인접 지역 협의절차 미비, 사업 규모 산정 근거 부족 등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보다 지상철도 지하화 사업이 앞선 지역도 있다. 정부는 2025년 안산선 초지역~중앙역, 부산 경부선 부산진역~부산역, 대전조차장 등 3개 사업을 우선 추진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안산선은 초지역~고잔역~중앙역 5.12㎞ 철도를 지하화하고 상부를 개발하는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안산시는 기본계획 용역을 2028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철도는 역이 가까우면 호재지만 선로가 집 앞을 지나면 소음과 단절을 만드는 기피시설이기도 하다. 철도가 땅 밑으로 내려가는 순간 이 관계가 뒤집힌다. 철길을 마주 보던 집이 공원을 바라보는 집이 되고, 막다른 골목이 상권을 잇는 길이 될 수 있다. 연남동에서 확인된 변화가 서울의 또 다른 철길 주변에서 재현될 수 있을지가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