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신축 ‘고가 임대’ 가능한 수준
엘리트 등 주요단지 매물 528건 뿐
은마·개포주공도 줄줄이 재건축
전세 수요 수도권 전체 영향줄수도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은 최근 조합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의 이주비 지급 방안을 안내했다. 종전자산평가액이 40억 원인 조합원이 보증금 20억 원짜리 전셋집으로 옮길 경우 기본 이주비 6억 원에 시공사 보증을 통한 추가 이주비 14억 원을 더해 보증금 전액을 조달할 수 있다. 기본 이주비 한도가 적으면 그만큼 추가 이주비 조달이 가능하다.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한도에 따라 최대 6억 원까지 받을 수 있는 기본 이주비 외에도 종전자산평가액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00% 범위 내에서 실제 이주하는 주택의 임차보증금을 한도로 추가 이주비가 지급된다는 설명이다. 현재 84㎡ 면적의 경우 종전자산평가액이 40억 원 안팎으로 책정되고 있다. 다만 추가 이주비에 대해서는 기본 이주비보다 이율이 1%포인트 이상 높게 형성된다.
총 3930가구 규모의 잠실주공5단지의 실거주 조합원은 약 2100명으로 파악된다. 조합은 내년 3분기 이후 이주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주 조합원들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잠실의 고가 전세까지 선택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재 잠실르엘 전용 84㎡ 전세 호가는 18억 원대, 잠실래미안아이파크는 14억~16억 원,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는 13억~15억 원 선이다. 조합이 제시한 20억 원 사례를 기준으로 하면 생활권을 벗어나지 않고 잠실의 신축·준신축으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주가 본격화하는 내년 하반기에 전월세 물량이 늘어날 수 있지만 신규 입주가 없는데다 송파구 내 정비사업으로 인한 이주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상황이 녹록치 않다. 잠실주공5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체 대표는 “학군이나 생활권 때문에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주변 단지를 찾을 수 있겠지만 고령층은 기본 이주비에 자금을 조금 보태 서울 외곽이나 경기 지역으로 나갈 가능성도 있다”며 “금융비용에 따라 이주할 곳이 달라지겠지만 소화할 매물 여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강남권 대형 정비사업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LTV 100~150% 수준의 추가 이주비를 제시하고 있어 전월세 매물 품귀 현상이 내년에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대출 규제에도 시공사 보증 등을 통해 조합원들이 동원할 수 있는 이주자금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합에서 이주비 조건을 우선순위에 두고 요구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LTV 150% 수준까지 넉넉하게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내년 상반기 이후부터 4424가구 규모 대치 은마아파트와 1960가구 규모 개포주공6·7단지 등 대규모 재건축 사업도 줄줄이 예정돼 있어 고액 이주자금을 확보한 전세 수요가 강남권에서 확산되면 이는 연쇄적으로 서울 전역은 물론 수도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주비가 부족해서 못 들어가는 상황보다 그 수요를 흡수할 물량이 남아 있느냐가 문제”라며 “과거에는 한정된 지역에서 이주 수요가 발생했다면 이제 인접 지역 수요가 밀려나 젠트리피케이션처럼 외곽 도시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정혜진 기자(madein@sedaily.com),박지우 기자(ji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