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아파트 단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관련 금융·세제·거래 규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1>규제 이후의 부동산 시장,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정부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강한 규제를 내놓을 때마다 반복되는 질문이 있다. 왜 규제를 강화하는데도 서울 집값은 쉽게 꺾이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시장은 다시 강한 규제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6·27 대출 규제, 10·15 삼중 규제지역 지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시행, 그리고 지난 3일 부동산 세제 개편안 발표까지 금융·세제·거래 규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금융·세제·거래 규제에도 시장은 정책 의도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정부의 방향성은 비교적 분명하다. 금융 규제와 실거주 의무로 갭투자를 막고, 세제 강화를 통해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수요 억제→매물 증가→가격 안정이라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시장은 언제나 정책 의도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난 10년간의 흐름을 되짚어보면, 규제는 거래량을 줄이는 데에는 일정 부분 효과를 보였지만, 핵심 지역의 가격 자체를 장기적으로 안정시키는 데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서울 핵심지는 규제가 반복될수록 오히려 희소성이 강화되는 역설적 흐름까지 나타났다.
서울 시내 한 고가 아파트 밀집지역 공인중개사무소에 지난 3일 발표된 세제 개편안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필자는 정책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대신, 지난 10년간 시장 데이터를 통해 규제가 실제로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를 차분히 살펴보려 한다. 규제는 어떤 지역의 집값을 어느 수준으로 얼마나 오래 억제했는가. 그리고 왜 어떤 자산은 금리 인상과 규제 강화 속에서도 가격 방어력을 유지한 반면, 어떤 자산은 유동성이 빠지자 급격히 조정을 받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규제는 단기적으로 거래와 유동성을 조절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부동산 입지와 공급 희소성이 만들어내는 자산 가치를 완전히 바꾸기는 어렵다. 결국 시장은 시간이 갈수록 ‘무엇이 살아남는 자산인가’를 선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규제 방향은 문재인 정부 때와 비슷하지만... 다른 것은 금리 환경
과거 문재인 정부 때와 현재 부동산 시장을 비교할 때, 규제의 방향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에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보유세 강화, 대출 규제 등이 연속적으로 시행됐다. 그러나 지금과 가장 크게 다른 변수는 금리 환경이다.
2020, 21년은 기준금리가 연 0.5%까지 내려간 초저금리 시기였다. 사실상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매우 낮았고,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 전반으로 빠르게 유입됐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신용 잔액은 2021년 말 1,862조 원 수준까지 증가했다. 초저금리 환경이 자산시장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확대를 동시에 자극했던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규제 방향은 과거 문재인 정부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크게 다른 것은 과거와 현재의 금리 환경이다. 게티이미지
반면 현재 시장은 전혀 다른 조건 위에 놓여 있다. 한국은행은 2024년 10월부터 기준금리를 일부 인하했지만, 2025년 5월 이후 물가와 환율 변수 등을 고려해 동결(2.5%) 기조를 유지하다 지난달 2.75%로 금리를 인상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 국제유가 불안, 물가 재상승 우려 등이 겹치며 시장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체감 금리다. 2024년 8월 3.5%였던 기준금리가 2025년 5월엔 2.5%까지 인하됐음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가산금리 확대와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관리 영향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실제 금융비용 부담이 기준금리 인하 이전보다 오히려 더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이미 대출금리가 상당 수준 올라와 있는 만큼 추가 상승 폭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금리 고착화나 추가 인상 가능성은 돈을 빌린 사람에겐 원리금 상환 부담을 다시 확대시킬 수 있는 변수다.
2022년 급격한 금리 인상 이후 나타난 거래 감소와 가격 조정
바로 이 지점에서 과거와 현재 시장의 차이가 나타난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도 세제 강화와 규제 확대가 이어졌지만 초기에는 오히려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됐다. 높은 양도세와 보유세 부담으로 인해 다주택자들의 매도 유인이 약화됐고, 이는 시장 내 유통 가능한 매물 감소로 이어졌다. 세금 부담이 너무 커지자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아봐야 남는 것이 없다고 생각해 집을 내놓지 않거나 자녀에게 물려주는 쪽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래는 줄었지만 가격은 쉽게 하락하지 않았다.
시장 흐름이 본격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시점은 2022년 이후 금리 인상이 급격히 진행되면서부터였다. 레버리지 비용(타인의 자본을 빌려 투자할 때 발생하는 비용)이 빠르게 상승하자 일부 투자 수요가 시장에서 이탈했고, 거래 감소와 가격 조정이 동시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국 시장 방향을 결정한 핵심 변수는 세금 자체보다 금융 비용의 변화였다고 볼 수 있다.
보유세 강화 방향이 담긴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부동산 세금 관련 상담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앞으로 시장의 핵심 변수 역시 단순한 규제 강도보다 ‘금리와 부동산 보유 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현금 비중을 높이고 ‘똘똘한 한 채’ 중심으로 자산을 재편한 고액 자산가들에게는 세제 강화의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 반면 대출 의존도가 높고 현금흐름 여력이 크지 않은 계층에게는 금리 부담과 보유세 부담이 동시에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고금리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일부 계층에서는 버티기보다 매물 출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서울 강남 등 핵심 입지도 금리와 경기 충격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2022, 23년 금리 급등기에는 강남권 주요 단지 역시 거래 감소와 가격 조정을 경험했다. 중요한 점은 하락 여부 자체보다 회복 속도와 가격 방어력의 차이다.
부동산 시장... '얼마나 올랐나'보다 '누가 팔고, 사라졌는가'에 주목해야
특히 최근 서울 주택시장은 단순한 투자 심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